김동률


당신 음악을 얘기하려면 1990년대를 말해야 할 거 같다. 서로 만난 건 우연이었지. 하지만 그 때 음악 가운데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한테 그렇게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친 음악은 없었다. 마치 1980년대 세대한테 김광석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랄까. 이렇게 말하면 과장일까.
그 질문에 답한다면... 내 노래가 동시대에 살고 있는 고민과 맞닿아있지 않았을까? 성장의 혼란, 방황, 두려움, 고독, 나 자신의 감성 같은 것들이 내 노래에 있었으니까. 그게 그 시대 청춘들이 모두 느끼는 고민이었고. 나 역시 ''전람회'' 때까지만 해도 평생 음악으로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때였거든. 글쎄... 뭔가 더 거창한 대답을 원했다면 미안하다.

당신이 우리 대신 고통스럽게 살아줘서가 아닐까.
응?
그게 사랑 탓이었든 사는 고민이었든 간에 당신 노래를 들으면 당신은 늘 무겁고 고통스럽다. ''기억의 습작''에선 이젠 버틸 수 없다고 하고, ''이방인''에선 쉴 곳을 찾아서 결국 또 난 여기까지 왔다잖아. 나도 고통스러운데 김동률은 더 고통스럽구나. 내 마음을 노래하는구나, 뭐 이런 거지.
뭐... 고통스러울 거까진 없었는데.
''기억의 습작''은 고등학교 때 만든 거라면서.
맞다. ''이방인''은 대학교 때 만든 거고.
고등학생이, 대학교 1,2학년이, 뭐가 사는 게 그리 힘들었나.
남들보다 조숙했던 거지. 나한텐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20대 초반이란 나이가 나한텐 너무 불안정했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고 뭘 할 지도 모르겠고. 희망과 불안이 교차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인 거 같다.

어떤 사람들은 20대를 대충 산다.
내가 약간 좀… 뭐라 그럴까. 비관주의적이고 과거지향주의적이다. 그래서 나도 살아가면서 나이 먹으면서 무뎌지려고 꽤 노력했던 거 같다.
노력을 해야 했나?
나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부분도 있겠고.
왜 김동률은 20대에도 즐겁게 살지 않았을까?
글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솔직히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한 것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말 힘든 순간도 있었으니까.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음악을 한다는 거 자체가 나한텐 늘 힘든 일이었다. ''음악이 무엇이다.'' 난 그런 거대한 얘기엔 솔직히 관심이 없다.
그러면?
창작의 맛을 본 사람은 그거 이외에는 다른 희열은 느끼지 못하는 거 같다. 공연 때 객석에 팬들이 없다면 힘들겠지. 하지만 그런 건 견딜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내가 내 안에서 뭔가를 끄집어내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 작업이 안 될 때는 정말 무너질 거 같다. 난 어린 나이에 너무 쉽게 음악을 하게 됐다. 어쩌다 음반을 냈고 낸 음반이 수십 만 장씩 팔렸다. 운이 좋았지.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다른 것은 시시하고 의미 없게 느껴진다. 내가 그랬던 거지.

5집 <모놀로그>는 그렇게 덜어낸 결과인 듯도 하다. 그동안 김동률 노래는 몹시 우울하고 바닥을 칠 때 듣는 거였다.
맞다. 이번엔 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부터 밝게 가자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집에서 딴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지더라

이번 음반에서 누가 어디에서 듣는지 생각했단 건가. 이번 앨범 제목이 <모놀로그>지만 사실 당신 음악은 늘 독백이나 방백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번엔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전람회 때나 지금이나 난 음악은 이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에고이스트다. 난 나를 위한 음악을 하고 있다.내가 좋아해야 한다.
그래야 남들한테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예전과 큰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내가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 대해서 훨씬 더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들을 받아들이고 의지하고 있는 거다.

무엇이 당신을 바꿨나.
아니다. 자연스러웠던 게 아니다. 버클리에서 음악을 공부하면서 그렇게 됐다. 결국 내가 하는 음악도 서양 음악 안에 있는 거 아닌가. 흑인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있고 유럽인들도 자기 음악이 있는데 난 나의 음악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거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겼다. 그래서 내 음악에 국악을 섞어넣기도 했지만 그건 샘플링에 지나지 않더라. 많이 괴로워했다. 그러다가 내가 대중음악을 하고 있고 대중음악이 지닌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어쩌면, 자기 걸 찾지 못한 자의 자기 합리화였는지도 모르지만.
어떤 힘?
나한테 모차르트 같은 친구가 있다. 버클리 시절에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음악에선 천재인 거다. 어느 정도였냐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다른 손으론 오케스트라 전체 악보를 그리고 있는 거다.
모차르트 옆에 있으면 살리에르가 된다.
그렇지. 장난이 아닌 거지. 난 그 앞에서 너무 괴로운 거다. 내 재능을 의심하게 되는 거다. 내가 참다 못해 그랬다. ''''넌 왜 학교에서 이걸 배우고 있니. 넌 더 배울 필요가 없잖아.'''' 난 늘 막히고 또 막히고 또 막히는 데. 그런데 이 친구가 나한테 그랬다. 뻔하다면 뻔한 얘기인데 내가 자신이 지닌 재능을 모르고 있단 거였다. 자기는 나처럼 3,4분 길이의 노래에 감정을 담는 힘 있는 음악을 못한다는 거야. 그 때 뭔가 확 왔다.
뭐가?
그 얘기를 듣고 순회공연을 했다. 그 때 무수한 팬들을 만났다. 다들 내 음악을 듣고 있었다. 내가 들어도 예전에 만들었던 음악들은 참 촌스럽다. 그런데 그런 내 음악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학창 시절을 함께 한 추억이 돼 있더라. 적이는 내가 3집 만들 때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만 빼면 정말 명반이 될 거 같다고 그랬다. 그런데 난 그 곡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 삶의 어떤 순간에 자리해 있더라. 나도 알고는 있었다. 머리로는 음악이 그런 힘을 지녔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마음으론 모르고 살았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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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끔 률을 보면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요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률이 적이 부러운 이유중에 하나가  참 즐기면서 음악을 하는 거랬다.
본인은 괴로워하고 자기를 학대하는 스타일이라며. 이거도 참 나랑 닮았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도 왜 함으로써 괴로워지는 건지는;

뭐랄까. '뜨겁게 안녕'할 수 있는 쿨-한 혈과
'내마음이 제멋대로 널 그리워'하는 찌질한 률-의 차이점 정도?
률의 노래 가사들은 정말 절절하게 '찌질한'데, 이거야말로 률 본연의 성격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진중하고 진지하다. 이거도 매사에 진지하기만 한 나랑 닮은점이랄까 ...

률은 쉽게 음악을 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률은 진짜 10년에 한번 나올법한 그런 뮤지션이 맞는거 같다.
그만큼 률이랑 나랑 코드가 맞는거란 얘길수도 있는데
나의 주관적 느낌으로 봤을때 률의 음악만큼 내 감성에 와닿는 음악은 없다.
률의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아니 도대체 어떻게 저런 노래를 만들수가 있는거지 싶을뿐이고
그야말로 그의 음악은 나의 10대부터 20대까지를 함께 하고 있다.

...근데 이게 나만 느끼는건 아닌걸 보면, 나도 그렇게 별다른 사람은 아닌거 같기도 하고.
난 그때 초딩이긴 했지만; 전람회의 음악을 듣지않은 20대는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당시 세간의 평가도 그랬고 내생각도 그랬고 률의 1집은 전람회때보다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었는데
지금 들어보면 1집이야말로 가장 률다운 음악이랄까.
시작.배려.잠시.걱정 딱 률스러운 전형적인 노래.
률은 촌스러웠다고 말하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1집의 음악들이 가장 좋다.

물론 률이 젤 싫어하는 2집도 난 참 좋아하고(싸인도 받았고!),
자켓부터가 가을느낌이 물씬나는 3집도 전부 좋고,
뭔가 낯선 4집도 하나씩 뜯어보면 다 좋고,
철저하게 가벼운 5집도 들으면 좋긴 하지만,

1집이야말로 률의 음악을 다 함축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듯 ...
이번에도 편곡한 두곡이 다 1집인데, 난 원곡이 더 좋다.

방글라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데.
근데 나 별 생각없이 와서 전람회2집이랑 솔로1,5집밖에 없다 -_ -
속도가 안나와서 다운도 못받고 ...

꿈속에서가 너무 듣고 싶어지는 밤.

덧글

  • 엄마 2009/11/12 20:00 # 삭제

    꿈 깨!
  • 노을 2009/11/12 20:52 #

    흑 ㅠ 옴마~요즘 인터넷이 상태가 좀 안좋아 스카이프가 잘 안되넹~
  • 엄마 2009/11/12 21:40 # 삭제

    그래 잘되면 하지머. 소포는 아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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